이런 상황입니다
첫 경찰조사를 마친 피의자가 출력된 조서에서 ‘거부를 못 들었다’는 자신의 답변이 ‘거부를 듣고도 계속했다’로 적힌 것을 발견합니다. 수사관이 같은 취지라며 서명을 권하자, 펜을 내려놓고 다시 수정을 요구할지 설명을 덧붙이고 서명할지 망설입니다.
이 상황에서 갈리는 쟁점
- 실제 답변이 ‘듣지 못했다’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였는지
- 조서가 거부 의사를 들었다는 점과 이후 행동을 하나의 답변으로 묶었는지
- 수정 요청이 말로만 오갔는지, 이의·의견으로 조서에 반영됐는지
- 추가된 설명과 기존 문장을 함께 읽었을 때 실제 진술 취지가 드러나는지
- 당시 대화·영상으로 확인되는 내용과 피의자가 들었는지에 관한 진술의 차이
출력된 조서의 한 문장에서 손이 멈춘다
첫 경찰조사를 마친 피의자 A씨 앞에 출력된 조서와 펜이 놓인다. 질문에 답하는 동안에는 자신의 설명이 전달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대방의 거부 의사를 들었는지 묻는 대목에서 읽기를 멈춘다. 자신은 “거부하는 말을 못 들었습니다”라고 답했는데, 조서에는 “거부하는 말을 들었지만 계속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A씨가 해당 문장을 짚자 수사관은 “같은 취지예요. 서명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한다. A씨는 펜을 내려놓는다. 조사를 빨리 끝내고 싶지만, 이대로 서명하면 자신이 하지 않은 말까지 자신의 답변으로 남을까 불안하다. 이 사례는 아직 조사실을 나가기 전, 조서를 읽으며 실제 발언과 기재의 불일치를 발견한 장면이다.
‘못 들었다’와 ‘듣고도 계속했다’ 사이의 차이
A씨가 다시 확인할 첫 지점은 자신이 실제로 사용한 표현이다. “듣지 못했다”라고 답했는지,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답했는지에 따라 정정을 요청할 내용도 달라진다. 기억이 불분명했던 부분을 조서를 고치는 과정에서 확실한 기억으로 바꾸어 설명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질문과 답변의 범위다. 거부 의사를 들었는지에 관한 질문과 이후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관한 질문이 따로 있었는데, 조서에서는 하나의 답변으로 합쳐졌을 수 있다. A씨는 문제 문장 앞뒤를 함께 읽으며 자신이 어느 질문에 어떤 답을 했는지 짚어야 한다.
세 번째는 거부 의사가 표현됐다는 사실과 A씨가 그것을 들었다는 설명이 구분돼 있는지다. “못 들었다”는 답변을 바로 “상대방이 거부하지 않았다”는 말로 바꾸어서도 안 된다. 이 장면에서는 상대방의 행동에 관한 설명과 자신의 인식에 관한 설명을 각각 확인해야 한다.
같은 취지라는 말을 들은 뒤 다시 짚을 부분
A씨는 막연히 “이상하게 적혔습니다”라고 하기보다 두 문장을 나란히 짚을 수 있다. 실제 답변이 분명하다면 “저는 거부하는 말을 못 들었다고 답했습니다. 여기에는 들었지만 계속했다고 적혀 있어 제가 말한 내용과 다릅니다”라고 차이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조사 후에는 조서를 읽거나 들어 보고, 실제 진술과 다른 부분에 대해 정정을 요청하거나 이의·의견을 기재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이 장면에서 확인할 절차적 분기는 수정 요구에 말로 답을 받았는지, 그 요구가 조서에 반영됐는지다. 근거는 형사소송법 제244조의 조서 작성 규정이다.
A씨가 설명을 더 했더라도 종이에 남은 내용은 별도로 읽어야 한다. 추가된 문장만 보면 맞는 말이지만, 앞에는 여전히 ‘거부를 듣고도 계속했다’는 답변이 남아 있을 수 있다. 기존 문장과 추가 설명을 함께 읽었을 때 자신이 어떤 부분에 이의를 제기했는지 드러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서와 당시 자료가 각각 보여주는 것
A씨 앞의 출력물은 현재 조서에 어떤 답변이 적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문장 자체만으로 조사실에서 A씨가 실제로 어떤 단어를 사용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정 요구가 구두로만 오갔다면, 출력물만 읽는 사람은 A씨가 어느 표현을 문제 삼았는지 알기 어렵다.
사건 당시의 대화나 영상도 확인할 범위가 다르다. 대화 기록에 거부 표현이 있다면 그 표현과 앞뒤 맥락을 살펴볼 수 있다. 영상에 행동이 보이더라도 소리가 담겨 있지 않다면 당시 발언까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자료에 표현이 남아 있다는 점과 A씨가 현장에서 그것을 들었는지는 구분해서 검토할 부분이다.
관련 자료를 검토할 때에는 원본과 출처를 유지한다. 조서 문구를 설명하려고 대화 일부만 떼어 놓기보다, 해당 표현 전후의 내용이 함께 확인되는 자료를 준비하는 편이 이 사건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빨리 끝내려다 설명을 더 보태는 순간
A씨는 수정을 거듭 요구하면 조사가 길어질까 걱정한다. 그래서 “그런 뜻이라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라고 얼버무리거나,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당시 소리와 주변 상황까지 덧붙이고 싶어진다. 그러나 추측을 보태면 처음 문제 삼은 문구와 새로 설명한 내용이 뒤섞인다.
이때 구분할 것은 실제로 했던 답변, 현재 조서의 문장, 지금 추가하려는 설명이다. “못 들었다”는 말의 이유를 설명하려다가 확인하지 못한 주변 소음이나 상대방의 의도를 단정하지 않도록 한다. 서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혼자 단정하기보다, 지금 발견한 불일치와 정정 요청의 반영 여부부터 확인할 수 있다.
서명 전 변호사에게 검토받을 지점
변호인 조력을 검토한다면 A씨가 전달할 핵심은 “조서가 불리하다”는 평가보다 구체적인 두 문장이다. 자신이 답한 표현, 조서에 적힌 표현, 수정을 요구하며 한 말, 그 뒤 추가되거나 바뀐 내용을 구분해 설명하면 검토할 지점이 선명해진다.
특히 거부 의사를 들었는지와 이후 행동에 관한 답변이 합쳐졌는지, 추가 설명이 원래 기재와 충돌하는지, 기억이 불분명한 부분을 단정한 표현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A씨의 불안은 서명 자체에 집중돼 있지만, 이 시점의 검토 대상은 서명하려는 조서가 실제 진술을 어떻게 담고 있는지다.
다시 조서를 건네받았을 때 이어지는 확인
설명을 마친 뒤 A씨가 조서를 다시 받으면 문제 삼았던 문장과 그 앞뒤 답변부터 읽는다. 수정 요청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확인을 끝내지 않고, 실제 발언과의 차이에 관한 이의·의견이 어떻게 적혔는지 살펴본다. 같은 표현이 다른 답변에도 반복돼 있는지도 함께 확인한다.
이후에는 사건에 따라 추가 자료 확인이 이어지거나, 조사와 자료 확인을 거쳐 경찰의 송치 또는 불송치 판단으로 넘어갈 수 있다. A씨에게 지금 남아 있는 일은 펜을 다시 잡기 전에 ‘못 들었다’는 자신의 답변이 조서에 어떻게 남아 있는지, 방금 제기한 이의가 그 문장과 함께 읽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근거 및 출처